작성일 : 04-12-26 17:43
|
글쓴이 :
곽수일
 조회 : 1,278
|
가계부를 쓰는 어느 가정주부의 이야기이다. 남편이 가져다주는 월급을 가지고 가계부를 써나가다 보니 월말에 분명히 돈이 모자라는 데도 숫자상으로는 남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가계부를 적을 때 소비지출을 이것저것 다 기록하지 못하다 보니 생긴 결과로서, 결국 이 주부의 해법은 가계부에 "이래저래 모자란다"라고 매월 말에 적어 놓는 것이다.
이제 2004년이 일주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금년의 우리 경제를 결산해보면 마치 어느 주부의 가계부와 같이 이래저래 모자라는 한 해였다. 구체적으로 연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 각 부처가 앞장서서 직업대책을 발표하며 일자리 42만개를 창출했다. 하지만 청년층의 일자리는 오히려 2만4000개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률은 7.3%를 기록, 전체 실업률 3.3%의 배를 웃도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전년도 근로자 수만 놓고 보면 정부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는 이래저래 모자라는 해였다.
금년 초 또 다른 관심사는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 한 해를 보내면서 신용불량자 수는 줄기는커녕,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은 신규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부진이 가속화돼 서비스업지수는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며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연초에 5% 이상의 성장을 장담하던 경제성장률은 겨우 4%에 머무르고, 새해에는 더욱 떨어져 3%대로 내려갈 전망이다. 결국 금년 한 해는 어디에선가 톱니가 맞지 않으면서 경제성장률에서부터 내수부진에 청년실업 문제까지 더 나빠지고 문제만 더 악화시킨 해였다.
이와 같은 결과의 원인으로는 몇 가지를 들 수가 있다. 첫째, 우리 경제는 상황의 어려움이나 문제의 심각성을 너무 늦게 인정하고 대책을 세우려 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할 때에도 경제를 운용하는 정부로서는 그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막연히 금년 후반기가 되면 내수도 회복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기대로 끝나고 무산됨으로써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갔다. 어떻게 보면 경기회복을 위한 대책이나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자아내게 한다.
둘째로 최근 들어 나타나는 경제의 어려움은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경제적 불안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투자가 부진한 것도 경제의 내외적인 요인의 불안에 따른 것으로, 투자보다는 현금을 갖고 있으려는 기업들의 경향 때문이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할 기회가 많아지고 주위 여건이 안정된 상황이라면 자금차입을 해서라도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렇게 낮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선호하고 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행위의 주체가 기업과 소비자들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이들에 의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추구한다면 이는 경제의 관치로 이어지고, 이는 성공의 길이 되지 못할 것이다. 내년에도 어려운 경제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모두가 위축돼 있다. 금년은 이래저래 부족하고 모자라는 한 해였지만 새해에는 활기찬 경제가 되도록 모두가 자성할 때다.
2004 ,12 , 26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