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의 현실을 통해 노동운동을 성찰하자
오늘의 무기력한 모습은 어제 우리 활동의 결과다
복수노조가 탄생한 며칠간의 기록
7월 27일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휴가를 하루 앞두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그날 오후 3시 전격적인 직장폐쇄가 단행했고, 용역들이 공장을 접수했다. 그리고 휴가 기간 중 금속노조를 탈퇴한 기업별노조인 새노조가 발족했다. 새 노조는 전 지부장과 평택,문막의 현직 지회장이 주도했다. 사측은 휴가 중인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 탈퇴와 새노조 가입을 조건으로 출근을 허가했다. 그렇게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새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에게는 노란패찰을 주었고, 거부한 조합원들은 출근이 봉쇄되었다.
용역투입에 대한 소식이 며칠 전부터 감지됐다. 26일 밤에는 용역투입이 확실했고, 만도지부는 총파업을 철회했다. 새벽 6시 조합원들은 총파업이 철회됐으니 출근하라는 문자를 지부로부터 받았다. 그렇지만 30분 뒤 다시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두 번째 문자가 왔다. 조합원들이 혼란스러워한다며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에서 평택과 문막지회장이 총파업을 선동한 것이다.
만도지부는 직장폐쇄가 풀리고 집행부의 현장출입이 가능한 상태지만 이미 조합원들의 95% 이상이 새노조에 가입했다.
복수노조는 사측과 오래전부터 준비된 명백한 어용노조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노조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 집행부의 잘못에 대해서 말한다. 그렇지만 사측에서 새노조 출범 보도 자료를 날리고, 사측이 조합원들의 금속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가운데 새노조 가입을 받는 행위. 민주노총의 투쟁의 원칙을 폄하하는 고전적인 선동은 현 집행부의 잘못을 떠나 명백한 어용노조의 모습이다.
새노조의 위원장이 지회장과 지부장, 그리고 민주노총 지역지부장을 역임했었던 것이 새노조의 어용행각을 ‘이해할 수 없는 일’ 이라거나 ‘어떤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판단을 유보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의 재임기간 중 민주노조 투쟁의 원칙을 지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 집행부가 파업전술과 투쟁과정에서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고 말이다.
문제는 복수노조를 탄생하게 한 현장과 민주노조의 무력함에 있다.
그렇다. 그들이 집행에 당선될 수 있었던 상황이 복수노조를 통한 민주노조의 무력화를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 모습은 바로 민주와 어용의 구분이 이미 오래전에 현장에서 없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조합원들의 정서 운운하며 실리주의와 조합주의적 경쟁을 서로 했던 것이다. 조합원들은 철저하게 수동적인 수혜의 대상이 됐을 뿐, 노동조합의 주인이 돼 본 적이 없다. 속칭 ‘자판기노조’의 전형적인 모습이 오래전부터 나타난 것이다. 간부들 몇몇이 지침과 어쩔 수 없는 명분에 따라 집회에 참석한 것을 민주노조가 살아있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렇게 현장이 무너지고, 민주노조 투쟁의 원칙들이 무너지는데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는 것이 진정한 대안을 찾는 첫 걸음이다. 물론 새노조는 명백한 어용노조이고 비판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모든 잘못을 새노조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 이렇게 무너진 것이 악랄한 자본의 공격 때문이지만 자본가계급이 원래 그렇다는 걸 몰랐는가?
새롭게 민주노조의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법률적으로 만도지부가 대표노조로써 지위를 갖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사측과 새노조는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교섭창구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웃음이 사라졌다.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극심한 노동강도 강화와 스트레스로 쓰러지기도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수적인 우위를 확보하거나 법적인 지위를 회복하는 것만으로는 민주노조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조합원들 스스로 현장의 문제에 대해서 분노하고 행동에 나서는 것이 돼야한다.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위원회에 불과한 국가의 계급적 본질에 대해 인식하고 노동자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때만이 온전하게 민주노조가 복원되는 것이다. 그것이 활동가들에게 주어진 임무이다. 현장에서 정치적 차이를 뛰어 넘어, 지역과 함께 하는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사수하자.
농촌이 살아야 도시가 살아갈 수 있다
-골프장과 핵발전소 반대투쟁에 노동자가 나서야 한다.-
파괴적인 자본주의의 얼굴이 드러나다.
골프장과 핵발전소 반대투쟁
지금 강원도에는 자본주의적 개발에 맞서 농촌과 공동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골프장과 핵발전소에 맞선 투쟁이 그것이다. 골프장과 핵발전소는 거대한 자연과 농촌의 파괴를 목적으로 한다. 물론 농촌과 자연, 지역공동체를 파괴한 대가로 얻어지는 이윤은 자본주의답게 소수에게만 독점된다.
대중스포츠로의 확장과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진행되고 있지만 인구대비 최대로 보아도 고작 5%의 골퍼를 위한 골프장, 일반전기세의 절반의 요금으로 전체 전력소비의 50%가 넘는 자본가를 위해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골프장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는 정부부처의 보고서에서도 부정했다. 18홀 기준으로 납부세금의 80%는 국세이고, 나머지 약 2~3억만이 지방세이다. (국회예산정책처, 2008) 최근에는 골프장의 난립으로 회원권을 판매하지 못해서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오죽하면 세금을 낮춰주겠다고 하겠는가. 그리고 생태계의 파괴와 농촌의 몰락이 가져올 그 피해는 계산이 불가능하다.
후쿠시마의 참사가 말해주고 있지만 어디에도 안전한 핵은 없다. 그리고 전기의 무한정한 공급은 자본주의적 소비를 부추기고, 24시간 노동으로 원가절감을 위한 자본가들의 영업 전략일 뿐이다. 유럽에서는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야간노동만 중단해도 넘쳐날 전기를 저들은 쇼를 해가며 ‘전기부족’이라는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농촌이 사라지면 도시가 죽는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의 노동자들이 골프장과 핵발전소에 맞서고 있는 주민들의 투쟁을 모르고 있거나 열정을 가지고 연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이 파괴되면 도시의 생명수와 공기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교육혁명대장정 중에 추곡초등학교를 방문했지만, 소양댐의 건설로 결국 마을이 공동화되고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했던 초등학교가 폐교가 되는 위기에 쳐했다. 더 이상 농촌에서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식량자급률이 고작 20%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는 찰리 채플린이 영화에서 구두를 삶아 먹었던 것처럼 삼성의 반도체나 현대의 자동차를 씹어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함께 사는 길. 연대투쟁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나서야 한다. 농촌이 파괴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의 실업예비군이 고용을 위협할 것이며, 최근 컨택터스의 경우처럼 파업파괴자가 될 것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진 식량자급률은 식량파동일 일어날 경우 다국적 곡물마피아의 이윤을 위해 고혈을 짜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의 폭동이 말해주고 있지 않나? 파괴된 농촌은 더 이상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그렇다. 농촌이 죽으면 도시도 죽는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농촌과 농,어민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노동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도시와 농촌의 연대적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다. 그 첫 걸음이 바로 농,어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본주의적 파괴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지금 당장.
새로운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자
투쟁하지 않은 정당의 몰락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정당운동에 대해 실망하며 일체의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정당운동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전체에 무기력과 냉소주의를 확산시키면서 진정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행동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함께하지 못했고, 그 결과 오늘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을 말이다.
국회에서 의원 몇몇의 법안발의와 청문회, 중재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계급적 갈등을 의회 내의 활동으로만 봉합하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의석만이 필요했을 뿐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역사의 주인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투쟁하는 계급정당을 건설하자.
마치 정치투쟁은 의회에서의 활동인 것처럼 노동자들에게 투쟁의 의지를 빼앗은 것이 원인이라면, 우리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선도하고 연대하는 계급적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실현가능성이라는 함정에 빠져 투쟁을 외면하고 민주대연합이라는 보수야당과의 타협이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의 정당을 건설하자.
임금인상조차 권력의 탄압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가 아닌 것이 있는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새로운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 모든 것이 정치이다. 정치를 국회에 가두지 않고 현장과 거리에서 우리의 정치를 만들어 가자. 노동자계급의 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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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8-3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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