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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0-30 10:51
<10/30 한겨레>예수금 173조…농협 상호금융 독립 ‘뜨거운 감자’로
 글쓴이 : 경인본부
조회 : 1,404  
제목 없음
예수금 173조…농협 상호금융 독립 ‘뜨거운 감자’로
정부·농개위·중앙회 ‘동상이몽’
정부 ‘단계적 독립안’ 제시…농개위 “독립 시급” 반발
분리시 중앙회 권한·규모축소…독자생존 여부도 쟁점
한겨레 김기태 기자

» 삼호금융 독립 관련 의견 비교

 

예수금 173조원, 예금거래 고객 2201만6000명, 점포 전국 4279곳.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이야기가 아니다. 농협중앙회에서 은행업 전담을 위해 분리할 ‘농협은행’ 이야기도 아니다. 전국 1181개 농협 회원조합의 신용사업을 합한 ‘농협 상호금융’의 모습이다. 농협의 상호금융 부문은 우리가 흔히 은행으로 알고 있는 농협중앙회 신용사업과 달리, 농협법과 신용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운용되는 별도의 신용 부문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 시골 읍내에는 으레 하나씩 있는 지역농협 금고들의 묶음이다. 이 농협 상호금융의 앞날을 놓고 현재 정부와 농업개혁위원회 그리고 직접 이해 당사자인 농협중앙회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논쟁의 핵심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상호금융이 언제, 어떻게 독립하느냐다.

■ 상호금융이 왜? 농협중앙회는 원칙적으로 전국 농민들이 주인인 농협조합의 모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거꾸로 농협중앙회가 농민들 위에 군림하며 주인 행세를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농협중앙회는 4대 사업 분야인 신용사업과 경제사업(농산물 유통사업), 상호금융, 교육지도사업 가운데서도 이른바 ‘돈이 되는’ 은행업 쪽에 치중해 왔다. 실제 농민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사업과 상호금융 사업은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에 처했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뼈대로 하는 이른바 ‘신·경분리’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은 2011년에 독립되고, 막강한 권력을 누리던 농협중앙회의 권한과 규모는 대폭 축소된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 27일 ‘농협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불거졌다. 개정안을 보면, 현재 농협중앙회 산하 ‘상호금융총본부’의 형태로 있던 상호금융 사업을 독립사업부 형태로 개편하되, 중앙회로부터의 독립은 유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 농협 상호금융 현황

■ 상호금융은 어디로? 이런 정부의 개정안에 농업개혁위원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농업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농협 구조개편을 위해 구성한 민관합동 자문기구다. 김완배 농업개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교수·농경제학)은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선 조합 상호금융의 분리 독립이 시급함에도 단계적 분리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정부가 상호금융을) 연합회(농협중앙회) 내에 존치시키고 있다”며 “농민들의 간절한 염원마저도 외면한 후안무치한 입법 예고안”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원래 농업개혁위원회는 지난 3월 위원회 안을 발표하면서 일선 조합의 상호금융을 묶어 일종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상호금융연합회를 설립하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개별 독립법인으로 있는 일선조합의 상호금융 사업의 부실화를 막고, 지역금융기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현재 느슨하게 연결된 지역조합의 신용 부문을 강하게 묶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 농개위의 논리다. 이에 따라 농협 상호금융도 농협의 신용·경제사업과 함께 2011년에 농협중앙회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농개위는 주장하고 있다.

한편 당사자인 농협중앙회는 상호금융을 중앙회 안에 두자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농개위가 주장하고 있는 상호금융연합회는 제반 여건이 갖춰진 다음에 검토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경제·신용 부문의 떨어져나가니 상호금융 부문이라도 쥐고있다는 속내가 깔려있다.

정부로서도 난처한 상황이다.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상호금융이 준비없이 독립했다가 곧바로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협법 개혁 시행 뒤 2년 안에 세부추진계획을 내놓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상호금융 분리를 위한 세부계획이 나올 수 있는 시점은 3년 뒤, 즉 정권 말기인 2012년말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조합장은 익명을 전제로 “농협중앙회가 상호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처에 소홀했다”며 “대규모 금융기관에 맞서 지역농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앙회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생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